1화. 귀환 첫날, 배달합니다 “손님, 컵은 그냥 내려놓으셔도 돼요.” 빠직. 한도현이 손가락을 펴자 도자기 머그잔이 바스러졌다. 손바닥에는 하얀 파편과 커피만 남았다. 손가락엔 흠집 하나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물어드릴게요.” 카페 직원이 빗자루를 가지러 가는 동안 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진동, 냉장고 모터, 길 건너 버스의 브레이크 마찰음이 귀 안쪽에서 한꺼번에 울렸다. 컵 하나 잡는 것도, 잡음을 못 들은 척하는 것도 새삼 어려웠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평범했다. 배달을 마치고 골목에 들어섰다가 머리 위에서 쏟아진 푸른빛. 차갑고 흰 방, 팔목을 붙든 여섯 개의 손가락.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돌아와 보니 사흘이 지나 있었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집주인이었다. [한 씨, 밀린 월세 오늘은 꼭 보내요.] 서른 살에 월세 때문에 출근하는 건 익숙했다. 달라진 몸으로 다시 오토바이 손잡이를 잡는 건 아니었다. 힘을 조금만 주자 고무 그립이 우그러졌다. 도현은 숨을 내쉬고 손을 느슨하게 풀었다. 세 번째 배달을 가던 중이었다. 교차로 저편에서 타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아직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는데, 도현은 이미 소리가 난 쪽을 보고 있었다. 신호를 무시한 승용차가 인도로 튀어 올라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앞바퀴 아래에 행인 하나가 끼었다. “사람 있어요! 119 좀 불러요!” 도현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달렸다. 발을 한 번 내디뎠을 뿐인데 교차로가 등 뒤로 밀려났다. 누군가 휴대폰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차 밑에서는 가늘게 끊어지는 신음이 들렸다. 엔진룸에서 연기까지 피어올랐다. 도현은 범퍼 아래로 손을 넣었다. 차체가 종잇장처럼 가벼웠다. 너무 세게 밀면 뒤집힐 것 같아 한 호흡씩 힘을 줄였다. 앞바퀴가 사람의 다리 위에서 떨어지자 옆에 있던 남자가 부상자를 끌어냈다. “저기, 차가… 어떻게….” “뒤로 가세요. 연기 나요!” 도현은 차를 내려놓고 부상자를 안았다. 다친 다리가 흔들리지 않게 받친 채 차도에서 멀리 떨어진 약국 처마 아래로 옮겼다. 숨은 쉬고 있었다. 도현이 자기 점퍼를 벗어 덮자 부상자가 눈꺼풀을 떨었다.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졌다. 귀를 찌르는 소음 속에서 도현이 손을 들었다. “여기예요! 차 앞쪽에 깔려 있었어요. 의식은 흐리고 숨은 쉽니다. 오른쪽 다리를 다쳤어요.” 구급대원이 부상자 곁에 무릎을 꿇고 상태를 확인했다. 다른 대원이 들것을 펴는 걸 보고서야 도현은 물러났다. 길 건너편 사람들이 그를 향해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때 익숙한 소리가 소음 사이를 뚫고 들어왔다. 딸깍, 딸깍, 딸깍. 사흘 전 흰 방의 문이 열릴 때 들렸던 소리였다. 맞은편 검은 승합차의 창이 내려갔다. 회색 장갑을 낀 손이 작은 은빛 기계를 들고 있었다. 화면에는 도현의 얼굴과 현재 위치를 가리키는 붉은 점이 떠 있었다. 차 안에서 누군가 말했다. “한도현. 찾았다.”